개빈
1999년 7월 31일
1999년 7월 31일, 개빈이 태어났다. 이미 뱃 속에서부터 에너지가 철철 넘쳤던 아이는 몸무게 2640g으로 세상의 빛을 보았다.
우리가 ‘하늘나라 천사’라고 부르곤 했던 아들은 영원토록 우리의 천사로 남을 것이다.
개빈이 생긴 후 일어난 모든 일을 돌이켜보면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앞선다.
하나님은 우리가 모든 준비를 하도록,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이끌어 주셨다.
그 밖에 우리는 무뇌증후원재단(Anencephaly Support Foundation)을 통해 무뇌증에 관한 많은 정보와 도움을 얻을 수 있어 감사하다.
나와 존은 30대 후반이다. 우리 사이에는 딸이 한 명 있는데, 우리 공주 줄리아는 1999년 12월 세 살이 되었다.
1998년 10월, 전혀 예상치도 않게 게빈을 임신하게 되어 놀라기도 했지만 그래도 참 행복했다. 나는 이번 둘째의 경우 줄리아를
임신하고 키웠을 때 보다 좀 더 신경을 많이 써야 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런데 임신 12주에 실시된 초음파 검진 때 개빈은 무뇌증 진단을 받고 말았다. 당시 '무뇌증'은 우리가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단어였다.
주치의는 무뇌증에 대해 설명하며 엽산결핍이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무뇌증으로 인한 앞으로의 결과가 어떠할지, 우리에게 어떤 선택이 주어져 있는지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둘 다 크리스찬인 남편과 나는 원래 낙태를 강경하게 반대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당신이 실제로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면, 낙태라는 테마는 완전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의 영혼만이 당신을
인도할 수 있고, 뱃속의 보물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할 것이다. 나는 남편을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축복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당면한 모든 불안과 걱정 안에서도 남편은 뚜렷한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다른 의사들도 찾아가 그들의 견해를 들어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문제점과 위험요소를 적으면서 분석하며 우리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우리는, 모든 위험성을 무릎 쓰고 임신을 끝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부모님과 친구들, 교회는 우리를 적극 후원해 주었다.
우리는 열심히 기도하며 하나님께 의지했다. 그러자 서서히 두려움은 감사함으로, 고통은 찬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개빈의 태동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나는 수시로 아이에게 인사하고 말을 건네며 정을 쌓았는데, 개빈은 이러한 순간을 참 좋아하는 듯 했다.
혹시 당신은 하나님의 존재를 쉽게 믿을 수 없는가? 그럼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태아가 생성되고 무럭무럭 자라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과연 무엇이 당신의 육체와 지능을 연결시키는가? 하나님이야 말로 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창조하시는 분이다.
예정된 분만일이 서서히 다가왔지만 개빈은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그래서 유도분만을 몇 주 미루게 되었는데, 일주일 후 진통이 시작되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자궁구가 거의 다 열린 상태였다. 약 8시간의 진통 끝에 마침내 게빈이 세상의 빛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했다. 아이를 마음껏 쓰다듬고 안고 함께 웃고 사진도 찍었다. 태어나고 3시간 후, 개빈은 영원히 잠이 들었다.
왜 하나님은 우리에게 개빈을 보내 주셨다가 그리도 빨리 다시 자신의 품으로 데리고 가셨는지, 우리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아들이 지금 천국에서 하나님과 함께 있음이, 우리가 언젠가 하늘에서 아이와 재회할 것임이 분명하다.
존과 미리암
마지막 업데이트: 2019.04.09